‘푸드 밸류 체인’ 첫 단계 농업 푸드테크 어디까지 왔나
‘푸드 밸류 체인’ 첫 단계 농업 푸드테크 어디까지 왔나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7.0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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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테크·팜테크…식품·외식업계 식재 공급에 영향

‘푸드 밸류 체인’의 첫 단계는 식자재인 농축수산물의 생산에서 시작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서 주력사업으로 진행하는 ICT를 활용한 스마트농업도 푸드테크의 한 부분이다. 농업에 IT 분야가 결합되면서 푸드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에 편입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푸드테크와 구별해 농업테크, 또는 팜테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농업생산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기 때문에 푸드테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큰 범주로 볼 때 농업 또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푸드테크에 포함시켜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업에서의 푸드테크는 기존의 농업 생산 방식을 혁신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작물을 기르는 기술과 사람의 노동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식량을 가꿀 수 있는 기술로 나뉜다. 결과적으로 값싸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는 농업테크 분야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로 꼽힌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농업과 IT의 융합이 활발하다. 7㏊ 정도의 유리 온실의 경우 로봇부터 자동운송장치, 검사 장치, 각종 센서 등이 가득하다.

이같은 기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온실환경제어시스템을 운영한다. 시스템이 알아서 온실의 온도, 습도, 조명 및 영양 요소까지 관리한다. 그런 기술들 덕분에 축구장 크기의 8배가 넘는 온실에, 직원은 30명만 있어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오이가 익었는지 판별해서 수확하는 로봇도 개발했다.

미국에서는 처방(Prescription) 농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농기계와 농경지 이곳저곳에 센서를 장착해, 토지와 작물의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기 예보 등의 정보와 결합해 해당 지역에 알맞는 농사법을 추천한다.

토양 상태, 작물 성장 상황, 지난 시기 기후변화 도표까지 굉장히 다양한 정보를 함께 고려해서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농법을 일부분만 채택해도 물 사용량은 50% 가까이 줄이면서도 수확량은 오히려 15% 이상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이 시스템을 일부라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4년 ‘과학기술기반 농업혁신 전략 보고회’를 통해 2017년까지 영세 농가에 저가형 스마트팜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 2017년까지 스마트팜 보급 완료

농촌진흥청 및 전국 각지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농촌창조마을, 이동통신사 등이 연계된 사업이다. 아직까지는 크지 않은 비닐하우스의 재배 환경을 조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스타트업인 해아림은 비파괴 당도기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과일을 깎거나 먹어보지 않고도 과일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 수 있다. 과일의 당도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언제쯤 과일을 수확하면 좋은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비파괴 당도기는 현재 제주도 감귤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팜패스에서는 농업경영 관리 시스템과 환경 제어 기술들이 합쳐진 솔루션을 만들었다.

▲ 최종섭 경북 봉화군 해오름농장 대표가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이인우 기자 liw@

이를 통해 비닐하우스의 온도, 습도, 강우량 등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더불어 생산, 출하, 소비 관리 등을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농업선진국에 비해 빈약한 데이터가 국내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다양한 식물과 환경을 관찰하며 저장해 둔 매우 많은 양의 빅데이터가 있다.

이를 실제 농업에 활용하면서 푸드테크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이같은 데이터 저장과 활용은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만 좋다고 푸드테크를 완성할 수 없다. 이에 많은 데이터를 얻고 저장하고 분석해 표준화된 자료를 만드는 것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가 없는 스마트팜은 소용없다는 지적이다.

또 농업 관련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 다국적 농업 회사라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들에게 흘러들어간 수확량 등의 정보가 오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으로 자리 옮기는 신 농장사업

전통적인 농산물 생산지를 벗어난 도시농업도 푸드테크를 통해 활성화되고 있다. 도시에 식물 공장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이미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중국계 스타트업인 알래스카 라이프는 현재 도시형 농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핵심은 어디서나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일체화한 컨테이너형 식물 기르기 시스템 EDN을 제공한다. 일주일에 2시간 정도만 할애하면 최대치로 채소를 생산할 수 있고, 기존 농업 방식보다 아주 적은 양의 물과 에너지만 사용한다.

일본의 스프레드사는 아예 완전 자동화된 상추 공장을 만들었다. 사람이 씨만 뿌리면, 그 다음부터는 모두 로봇이 알아서 재배하는 농장으로 수확까지 모두 책임진다. 스프레드사의 상추공장은 2017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미국의 에어로팜사는 3층 건물 높이의 세계 최대 수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약 2천 평 규모에 매년 1천t의 채소를 생산한다. 수경 재배 대신 물안개를 뿌려 성장시키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스타트업 인성테크도 첨단 식물공장을 만는다. 식물공장은 식물성장에 필요한 태양광, 이산화탄소, 수분, 비료 등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자연환경을 대신한 LED, 양액, 에어컨 등으로 필요한 채소, 허브, 과채 등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외식업소 규모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식물공장을 설치할 수 있다. 외식업소의 내외부에 전면 윈도우형 식물공장을 설치해 과채류와 허브 등을 재배, 메뉴의 식재로 활용할 경우 친환경 마케팅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업소와 차별화한 인테리어 효과까지 얻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 밖에도 농업의 푸드테크는 여러 방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집에서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는 재배 세트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기 시작했다. 자동으로 농작물을 수확해주는 로봇들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농업혁신에 나선 푸드테크 스타트업

국내 스타트업들의 농업 관련 푸드테크 사업도 활발하다. 지난 4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이사장 하영구)는 ‘농부와 농업의 경쟁력’이란 주제로 ‘어그리테크 디파티(D.Party)’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농업분야 혁신을 주도하는 창업자, 투자자, 미디어 등의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농업혁신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이날 김혜연 엔씽 대표는 스마트폰을 통해 화초의 상태점검·관리가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지난주부터 스마트 화분 ‘플랜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도시인도 생활속에서 화초를 키우는 등 농업을 즐기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농업시설 현대화를 추진 중인 전태병 만나씨이에이 공동대표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단계별 솔루션을 제공하는 장유섭 팜패스 대표, 단동형 스마트팜을 개발한 장관집 UBN 실장이 차례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스마트팜 모델을 제시했다.

이같은 농업 관련 푸드테크는 식품·외식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양질의 식자재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푸드테크로 농축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경우 가격 하락의 폭이 커지고 이는 식단가 인하 등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요인이 된다. 농업의 푸드테크와 외식 푸드테크가 밀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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